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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드라마계에서는 ‘복수극’이 하나의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과 ‘더 글로리’가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복수를 주요 테마로 삼고 있으나, 전개 방식, 캐릭터 구축, 사회적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작품이 보여준 복수극의 완성도를 줄거리, 등장인물, 연출과 메시지 중심으로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계획된 복수 vs 우발적 복수의 차이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수년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며 가해자들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되는 복수의 과정을 그리며, 감정적인 폭발보다는 계산된 심리전과 사회 시스템을 이용한 복수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플롯은 느리지만 촘촘하며, 작은 복선들이 마지막에 퍼즐처럼 맞춰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반면 ‘마스크걸’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박탈감 속에서 점차 파괴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복수는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 폭발과 우발적인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단선적이기보다 인간 본성의 어둠과 사회 구조 속 피해자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즉, ‘더 글로리’가 지능적이고 전략적인 복수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마스크걸’은 감정적이고 파국적인 복수를 통해 인간 내면의 광기와 사회 구조의 문제를 비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냉정한 복수자 vs 뒤엉킨 피해자들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복수극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극도로 억눌린 감정과 철저한 이성적 판단을 통해 복수를 완수해 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대가로 인해 점차 스스로를 파괴해 가는 모습을 보이며, 복수의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그 외에도 가해자들과 주변 인물들이 뚜렷한 역할로 존재하며, 전형적인 ‘선악 구도’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반면 ‘마스크걸’은 등장인물들의 윤리적 경계가 모호합니다. 김모미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그녀를 둘러싼 김춘애, 김미모, 그리고 각 인물들의 부모, 직장 동료들까지도 피해자임과 동시에 사회적 가해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김춘애는 또 다른 피해자로서 김모미와는 다른 방향의 복수를 택하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더 글로리’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캐릭터 구성을 충실히 따르며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면, ‘마스크걸’은 모든 인물이 회색지대에 위치해 있어 복잡한 심리와 현실의 냉혹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현실 고발 vs 사회 풍자
‘더 글로리’는 사실적인 연출과 섬세한 감정선을 기반으로 학교폭력, 사회적 무관심, 권력 구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억울함과 분노가 일정한 흐름으로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연출은 감정을 자극하되 과하지 않으며, 복수의 정당성과 한계를 동시에 고민하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반면 ‘마스크걸’은 복수극이면서도 사회 전반의 병폐를 블랙코미디 형태로 풀어냅니다. 외모지상주의, 온라인 플랫폼 속 익명성,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 언론과 시스템의 위선 등을 풍자적으로 조명합니다. 특히 시각적 연출과 상징적 장면들이 다채롭게 사용되어, 단순한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사회극에 가까운 성격을 띱니다.
넷플릭스라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공개된 두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더 글로리’는 분노를 기반으로 한 현실고발극이며, ‘마스크걸’은 광기와 풍자를 활용한 사회비판극으로, 둘 다 완성도 높은 복수극이지만 색깔은 극명히 다릅니다.
결론
‘마스크걸’과 ‘더 글로리’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복수극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복수극을 원한다면 ‘더 글로리’가, 인간의 내면과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마스크걸’이 더 적합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강한 메시지와 완성도를 갖춘 K-복수극의 대표작으로, 비교 감상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폭넓은 서사력을 체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